생태계는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에는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제품과 사람, 공간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끊임 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다듬어내고, 소통하는 시스템을 통해 ‘진정성’은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카페 진정성’의 김정온 대표와 위쿡 사직지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수고로움까지 마다한 김정온 대표는 인터뷰에 앞서, 가방에서 앞치마를 꺼내 입었다. 그는 그 모습이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모습이라고 이야기했다.
‘진정성'이라는 단어의 또 다른 표현 방법이 있다면 바로 ‘카페 진정성'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진정성’ 이름의 무게를 즐기는 푸드브랜드
17~18년 카페 진정성의 밀크티는 말 그대로 ‘메가 히트’이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카페 진정성,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아메리카노 뿐 아니라 바닐라 라떼, 카페모카, 카라멜라떼 등 다양한 커피를 판매했는데 커피에 들어가는 모든 시럽과 소스를 모두 제가 직접 만들었어요. 주방공간을 유리를 통해 보일 수 있도록 오픈해서 카라멜 소스를 졸이고, 시럽과 연유를 만드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노출시켰어요.
손님이 ‘이거 뭐 만드는 거에요?’ 물어보시면 ’이따가 드실 모카소스를 만들고 있는거에요’ 이런 식으로 어필했는데, 입소문이 타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보면 요즘 스페셜티 카페들과 지향점이 다르죠.
그러다 가게 공간은 좁은데 손님이 많이 오셔서, 되돌아가거나 테이크아웃만 하는일이 많아졌어요.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에 ‘아 어떤 걸 만들어드려야 할까’고민을 하다가 이전에 폐업했던 가게에서 판매했던 밀크티라는 메뉴를 다시 한번 만들어 드렸던 것이 지금 진정성 밀크티의 시작이에요.
사실 밀크티는 손이 너무 많이 가는 터라 단순히 감사한 마음에 한, 두 병 놔둔 것인데 맛보신 손님들이 너무 좋아하셨죠.

오히려 감사한 마음에 준비한 밀크티가 지금의 진정성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기존의 폐업했던 가게에서는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던 밀크티가 왜 진정성에서는 큰 인기를 끌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스타벅스 스몰 토킹 많이 하죠?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 ‘오늘 날씨 좋네요’ 이런 대화요.
사실 제가 스몰토크를 되게 잘하는데 그게 핵심이었어요(웃음).
초기에 손님들이 대부분 동네분이셔서, 스몰토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대화를 나누다가 손님이 ‘어 바닐라라떼 진짜 맛있네?’라고 하실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그 라떼의 바닐라 시럽은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바닐라빈 중에 제일 좋은 등급으로 사 온 다음에 제가 저 와인셀러에서 한 달 동안 숙성했어요. 저 셀러 지금 보셔도 돼요.’ 혹은 ‘지금 눈 시뻘건 게 어제 새벽 네 시까지 그 시럽 만들어서 그래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제품 홍보를 했어요.
밀크티에 대해서 궁금해하시는 손님이 ‘병에 담긴 저 밀크티 뭐예요’라고 물으시면 ‘제가 좋은 홍차로 24 시간동안 천천히 냉침 해서 아침마다 다 걸러 놓은 거에요.’라고 어필을 했던 거죠. 이런 정성들이 손님에게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판매되기 시작하는데, 매출이 하루 하루가 다르게 높아졌어요.
진정성 첫날 매출이, 지금도 정확히 기억하는 게 7천 원이거든요. 가족분들 네 분이 오셔서 어머님 아버님이 아메리카노 두 잔을 드셨어요. 7천 원, 그걸로 시작했던 게 바로 한 5개월 만에 월 매출이 1억까지 갔어요.
빠른 성장 속에서 카페진정성의 큰 과제에 직면한다. 수제작 하는 사람이 가진 품질에 대한 헌신과 완성품을 대하는 꼼꼼하고 세심한 능력을 산업적인 규모에서 재현하는 것.
많은 주문들을 감당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음료들이라서요.
아침 10시에 오픈해도 1시를 넘기기가 어려웠어요. 손님들이 계속 아쉬워하시고, 아쉬움이 커지면서 불만이 되기 시작했어요. 손님들께 만족감과 행복을 통한 좋은 기억을 드리고 싶었지, 불만족을 드리고 싶었던 게 아니었거든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 그때부터 공장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동네 카페 사장이 어떻게 공장을 알겠어요. 일단 알만한 우유공장들을 막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고 무작정 찾아갔어요. 그런데 다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우유에다가 어떠한 원재료를 넣어가지고 만들면 위생이나 작업량, 작업 동선 같은 게 너무 길어진다는 거죠.
진정성의 밀크티는 차가운 우유에 홍차 잎과 비정제 설탕을 넣고, 긴 시간 교반하여 천천히 우려내는 방식으로만 만들어져요. 하지만 공장은 생산량이 중요한데, 한번 배합하고 24시간을 넣어둔 채로 계속 기다려야 하니 제품 하나 만드는 데 이틀씩 걸리는 비효율이 생겨나는 것이죠.
물론 빠르게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차를 넣고 끓인 뒤 식히거나, 홍차를 물에 우려낸뒤 우유를 섞기만 하면 되죠. 하지만 저희는 차가운 우유에 천천히 우려내는 방식을 고수했어요. 차가운 온도에서는 잘 우러나지 않기에 더 많은 차를 넣었어야 합니다. 그러면 차가 가진 맛이 도드라지기 때문에 좋은 차를 써야 해요. 끓이지 않기 위해 비효율적이지만 긴 시간을 작업 했던 방법은 오히려 기존의 밀크티들과의 차별점을 주었죠.
또, 저희 레시피에서 냉침보다 더 중요한 건 숙성 발효입니다. 때문에 살균우유를 쓰고 멸균우유를 쓰지 않아요. 환연유나 가루를 쓰지 않고 생원유에 온도를 맞춰 넣어놓는 것, 그 우유가 가진 유산균으로 숙성을 하는 것이 맛의 기술이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서해 쪽에 있는 김치 식품 업체를 연결 받았어요. 이 김치소스 공장이 숙성 발효로 유명해요. 우리나라에 유명한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 아세요? 그 소스 만든 집이에요. 다들 못 만들었는데 이 집이 만들었거든요. 다만 우유를 활용한 숙성발효 경험만 없으셨던 거에요. 그래서 유업체 공장에 계시던 연구원님과 함께 그 공장에서 밀크티들을 생산하기 시작했어요.

수작업으로 정성 들여 만드는 제품의 세심함을 산업적인 규모로 재현해 낸다는 것은,
상상한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맞아요. 처음에 엄청 버렸어요. 시제품을 생산하기까지 초반에 버려지고 테스트 한 제품 가격만 1억원 정도였어요. 100리터가 아니라, 톤 단위로 만들어야 하고 오늘뿐 아니라 다음날도 퀄리티가 똑같아야 하니까요. 또 이동하는 과정에서 맛이 변하지 않는지도 봐야 하고요.
아마 밀크티를 판매할 때마다 아이스팩 넣어서 파는 집 저희밖에 없을 거예요. 저희는 저희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기 때문에, 온도 유지를 위해 비용이라 생각 안 하고 포장에 투자를 많이 했어요.
원재료를 수급하는 일에도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홍차를 즐겨 마시는 문화가 아니라서, 대량으로 원하는 품질의 홍차를 얻기는 어려우셨을 텐데요.
저는 sns나 미디어에 레시피며 원재료를 다 밝혀요. ‘우리가 이러한 재료로 만듭니다.’라는 정보를 손님들이 봐야 구매 하실거라고 생각해요. 또 한가지 이유는, 저도 조그마한 가게에서부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작은 카페 사장님들도 저희의 이런 모습을 보고 모티브로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그러다보니 제가 썼던 홍차가 인기가 많아져서 판매할 양이 적어져서, 저희가 공급받을 수 있는 물량이 부족해지기 시작했어요. ‘아 이거는 내가 이 원재료를 컨트롤하지 못하면 이 사업은 못 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많은 공장분들과 공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직접 홍차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스리랑카 산지로 직접 갔어요.
처음에는 제가 ‘이 홍차는 좋은 홍차 일 거야’ ‘이 홍차는 거품이 잔뜩 낀 홍차 일 거야’라는 걸 그때는 구별할 수가 없었으니 처음부터 좋은 등급을 선택을 했어요. 현지 다원분들은 그냥 우려먹어도 맛있는 차를 우유에 넣어서 만들 때 사용한다고 하니 처음에는 많이 아쉬워하셨어요. 기존의 거래를 하던 업체도 아니고, 차를 직접 대량 구매하는 경우가 적은 ‘한국’에서 온 구매자라 더욱요.
그분들께 스리랑카의 좋은 차를 가져가 밀크티로 만들어서, 이 차에 대한 정보와 이야기를 알리고 ‘실론티’ 그리고 ‘스리랑카’의 차가 좋다는 정보를 한국 소비자들에게 알리겠다고 목표를 말씀드렸어요. 나중에는 우리가 가공 국가인 프랑스, 영국, 독일의 홍차가 아닌 ‘산지 국가인 스리랑카의 차’를 구매하는 날이 오도록 하겠다고 설득을 했고, 매년 좋은 차를 지속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되었어요.
진정성이 제품을 만드는 원칙과, 태도를 생각하면 오히려 지금의 유명세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원재료 하나하나에 정말 ‘진정성’이 담겨있어요. 그만큼 소비자들이 느끼는 맛의 차이도 크지 않을까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바리스타 대회에서 수상을 한 유명한 바리스타가 직접 운영을 한다거나, 남들이 구하기 어려운 생두를 가지고 있다거나 하지 않으면 커피의 맛 만으로 ‘스페셜티 카페’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 정도로 커피 시장의 수준과 스페셜티 커피 사업이 상당히 상향 평준화가 되어 있죠.
저희는 카페인데 설탕만 다섯 종류를 쓰고요. 소금도 네 종류를 써요. ‘라떼가 다른 곳 보다 맛있다. 이 크림이 올라간 음료가 특별하다’ 와 같은 디테일한 맛의 차별화가 있어야 진정성의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서 호랑이 커피의 을지로 호랑이카페의 라떼라던지, 부산의 차가운 아인슈페너 크림 음료를 만든 FM커피의 ‘투모로우’ 처럼요.
그래서 원두와 머신,추출 실력을 올려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에 집중 하는 것 뿐 아니라, 전략적으로 베리에이션 커피 음료들에 힘을 실어 어필하기 시작했어요.
사용하시는 설탕에도 특별함이 담겨있다고 들었어요.
저희가 미국 플로리다에서 직접 단독으로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는 설탕이 있는데 사실 이 설탕은 단순히 ‘슈가’라고 품목을 붙이지 않고 ‘데메라라’라고 부릅니다. 데메라라는 쉽게 말해 조당인데, 원당을 부분적으로 정제해서 만든 설탕이죠. 황색을 띄고 토피 같은 맛과 향을 가지고 있어요. 쉽게 우리나라의 ‘엿’같은 맛이고 이렇게 만들어져 유명해진 시럽이 다들 잘 아시는 ‘흑당 시럽’이죠.
사실 흑당 시럽이 유행하기 전, 저희는 흑당을 만드는 같은 방식으로 바닐라빈 시럽과 음료에 들어가는 시럽들을 직접 만들었어요. 그래서 진정성의 당이 첨가된 커피음료들은 달기만 하지 않고, 묵직한 토피의 향이 가득해서 많이 좋아해주셨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밀크티 보다 ‘바닐라빈 라떼’가 더 인기 메뉴였어요. 밀크티는 공장 OEM으로 생산하고 오히려 ‘바닐라빈 시럽’공장을 직접 지어 자체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요.
지금 이 데메라라 설탕은 홍차보다 더 많은 양을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고, 홍차와 마찬가지로 단독으로 진정성에서만 수입하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