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미를 높이는 확실한 방법, 버터

풍미를 높이는 확실한 방법, 버터

멘토 | 장준우

에디터 | 차승언

*식재료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의 스핀오프 콘텐츠 입니다.

• 식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면서, 간단하게 풍미를 살릴 수 있는 조리법은 무엇일까요?
• 평소에 버터는 베이커리나 서양요리에만 활용한다고 생각했던 푸드메이커라면
• 버터를 활용해서, 쉽게 요리의 풍미를 올릴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하며 이 글을 읽어주세요!

맛 좋은 요리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은 무엇일까요? 식재료가 준비되어 있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선택입니다. 삶고 굽거나 혹은 튀기며 열을 가하는 조리방법 중 어느 것을 택할지, 소금이나 식초 같은 조미료를 넣어 절이거나 발효를 시킬 것인지 말이죠.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 쉽게 맛을 내는 방법은 기름을 이용해 재료를 간단히 익히는 것입니다.

사실 제철 식재료와 기름, 그리고 소금만 있어도 얼마든지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볶음, 프라잉, 소테잉 등으로 불리는 이 방식은 웬만해선 실패가 어렵죠.

식재료를 기름으로 볶아내면, 재료의 맛과 향이 녹아든 지방이 입안에서 기분 좋은 감촉을 주는데, 어떤 기름을 쓰느냐에 따라 맛의 표정이 달라집니다. 올리브유가 요리에 산뜻하고 경쾌함을 선사한다면 버터는 중후하고 묵직한 풍미를 주는데. 어느 하나 포기하기 어려운 주방의 필수품입니다.

대체로 버터를 연상했을 때 군침보다는 느끼함, 무언가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은 감정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버터는 죄가 없습니다. 굳이 죄목을 따진다면 음식을 너무 맛 좋게 만들어 줘서 인간이 그것을 마음껏 먹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는 ‘비만 교사죄’정도 아닐까요. 콜레스테롤의 주범, 포화지방의 화신 등,  명예훼손을 당하고 있지만 적당히 사용하고 섭취하면 무한한 기쁨을 선사해 주는 재료가 바로 버터입니다.

버터는 어떻게 만들고 사용하게 됐을까?


본래 유목을 하던 지역에서 남는 우유를 처리하기 위해 가공해 만든 것이 버터입니다. 유목민이 들고 다니던 가죽통 안에서 흔들리던 우유가 지방과 단백질이 서로 뭉치면서, 우연히 버터가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버터는 약 80%의 지방뿐만 아니라 물 12%, 그리고 유당과 단백질 등 우유에 포함된 고형물로 구성됩니다. 버터 1㎏을 만들기 위해선 대략 20ℓ의 우유가 필요하죠. 게다가 우유는 유당과 단백질, 지방 등이 고루 퍼져 있는 일종의 혼합물입니다. 지금이야 원심분리기를 통해 손쉽게 액체와 고체를 분리하지만 예전엔 수작업을 통한 고된 노동을 거쳐야 버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버터가 비싼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원유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유제품

유럽에서는 영국, 스칸디나비아, 네덜란드 등 북부 유럽과 스페인, 프랑스, 북이탈리아 등 서유럽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버터를 만들어 왔습니다. 1870년 덴마크의 기계식 크림 분리기가 도입되기 전까지 버터는 지역마다 개성이 강한 수제품이었죠.

지역마다 다른 품종의 소를 키우고, 그 소가 뜯어먹는 풀의 종류도 달랐기 때문에 버터는 다양한 맛과 향을 갖고 있었습니다. 19세기 후반 규모의 경제 논리로 인해 버터 산업도 효율과 경제성에 맞춰지면서, 비교적 손쉽게 버터를 구할 수 있고 가격도 다소 저렴해졌지만 한동안은 과거와 같은 다양성은 기대하기 어려웠졌습니다.

오늘날 다시 되살아나고 있는 유럽의 전통 식재료들, 치즈와 빵, 육가공품처럼 버터도 다시 전통방식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커지면서 선택의 폭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버터를 만드는 원리를 파악하고 200% 활용하자!


오늘날 버터를 만드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1. 원유(지방 함유량 3.5%)를 저온 살균하면 일반 우유가 되고
2. 여기서 지방을 일정량 분리하면 저지방 우유(1.5%)
3. 저지방 우유에서 지방을 더 제거하면 무지방 우유(0.1%)가 된다.
4. 분리된 지방을 가공하면 크림(10~48%)이 되고
5. 크림에서 수분을 더 제거하면 버터가 만들어진다.

만들어진 버터에 소금의 첨가 유무에 따라 무염, 저염, 가염 버터로 나뉩니다. 소금을 첨가한 건 과거 버터의 부패를 늦추기 위해서였죠. 요즘은 보존보다는 맛과 용도에 따라 구분합니다. 

약 2%의 소금을 더한 가염 버터는 무염버터 보다 훨씬 풍미가 강해 더 고소하고 맛이 좋은 편입니다. 때문에 빵에 펴 발라 먹는 용도라면 가염 버터를, 요리나 베이커리에 사용할 거라면 무염 버터를 선택하는 편이 좋습니다. 최근엔 버터 제조과정에서 발효를 거쳐 산뜻한 산미와 미묘한 풍미를 첨가한 발효버터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버터를 이용해 간단한 볶음 요리를 할 땐 딱 하나만 주의하면 됩니다.
너무 센 불에서 요리하지 않을 것. 버터 안에 있던 우유 고형물들이 타면서 쓴맛이나 탄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정제 버터를 만들어 활용하면 탈 걱정 없이 요리에 은은한 버터 향을 줄 수 있습니다. 버터를 뭉근하게 녹인 후 침전물을 가라앉혀 맑은 기름만 따로 모으면 정제 버터를 만들 수 있죠

요리를 위해 어떤 버터를 고를지 고민이라면, 그건 전적으로 취향에 달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버터를 사다 놓고, 재료에 풍미를 가장 잘 살려낼 수 있는 버터를 찾아내는 연구를 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