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워크 | 일에 대한 철학을 ‘옷’에 담다

브랜드의 철학 담은 워크웨어, 워크워크 #3

인사이더 | 이두성

에디터 | 차승언, 라일락

일하는 사람의 옷을 만든다는 건, 일하는 사람 그리고 일에 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다는 의미다. 이두성 대표는 “디자이너가 된 이후로 오히려 사람의 외면보다 이면을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말끔하게 차려 입고 일하는 사람들이 멋져 보였지만, 지금은 자기만의 철학을 갖고 일하는 모든 사람이 멋있다고. 워크워크라는 브랜드 이름에도 이 대표만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일에 대한 철학을 ‘옷’에 담다


워크웨어 디자이너가 된 이유

패션 디자인으로 진로를 바꾼 계기가 있나요?

원래 패션에 관심은 많았어요. 그러다가 4학년이 돼서 안경원에서 실습을 하게 됐죠. 평소처럼 안경을 닦고 있었는데, 제가 닦고 있는 안경 브랜드의 일본 디자이너가 방문하신 거예요. 그때 디자이너의 패션과 분위기가 너무 멋있었어요. 그래서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훅 들었죠. 

어느 분야의 디자인을 할까 고민하다가 관심사가 패션이다 보니, 패션 디자인을 해보자고 마음 먹었죠. 동네에 있는 패션학원에 등록해서 잠깐 배우다가 SADI라는 디자인 학교에 입학했어요. 이후 에스모드 파리에서 쿠튀르(맞춤형 고급 의상)를 전공했고요.

쿠튀르 전공과는 다르게 워크웨어를 제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파리유학을 가기 전에 레스토랑을 하던 지인이 앞치마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죠. 일이 너무 바빠서 거절했는데, 계속 미련이 남았어요.

파리에 가서도 평소에 자주보던 하이엔드 브랜드보다 동네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의 복장에 더 눈길이 가더라고요. 그때부터 워크웨어를 만들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브랜드를 표현해주는 옷보다는 구체적으로 ‘누가 입었으면 좋겠다’는 게 그려지는 옷을 만들고 싶었고요.

워크워크 인스타그램 콜라쥬 (출처: 워크워크 인스타그램)
식사할 때도, 출근할 때도 입고 싶은 유니폼을 만들려면 

브랜드 이름은 왜 ‘워크워크’로 짓게 됐나요? 일하고 또 일하자는 의미인가요? (웃음)

브랜드 이름을 보고 ‘죽어서 일만 하라는 의미인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웃음) 일은 항상 반복되는 루틴이고, 가끔은 지루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일을 반복하면서 느끼는 새로움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일을 반복하면서 느끼는 새로움을 말씀하셨는데요. 워크웨어를 만들면서 경험하는 새로운 순간은 어떤 때인가요?

신사동 음식점에서 혼자 카레를 먹고 있었어요. 그런데 새들러하우스 직원 분들이 유니폼을 입고 들어오시더라고요. 그 분들은 저를 모르시겠지만, 저는 그때 너무 기뻤어요. 유니폼을 입고 밥 먹으러 가는 게 좀 부끄러운 일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만큼 우리 옷이 입을 만한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번에 작업한 브랜드 대표님들을 만났는데, 유니폼 입고 출근하는 직원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새들러하우스의 워크웨어 (출처: 워크워크 인스타그램)

출근할 때나 식사하러 갈 때까지 입는다는 건, 멋있고 ‘힙한’ 옷이라는 의미인 것 같아요. 일하는 사람들에게 ‘멋’이란 어떤 걸까요?

파리에 있을 때는 어떤 가게에 하도 유니폼을 잘 갖춰 입은 분들이 많았어요. 치즈 가게 아저씨도 항상 하얀 가운을 입으시고, 카페를 가도 앞치마를 단정하게 입고 계신 모습을 봤을 때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무슨 옷을 입든 나만의 철학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일하느냐가 멋의 기준이 되는군요.

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냥 반복적으로 하는 것과 내가 어떤 의미의 일을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하는 건 굉장히 다른 것 같아요. 음식도 손님들에게 맛있게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요리한 음식과 바쁘니까 빨리 만들어서 내야지라고 나온 음식은 다른 것 처럼요.

어떻게 보면 워크웨어를 입는 시간이 직업인으로서의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 될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워크웨어라는 게 그런 의미도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출근 준비를 하면서 워크워크 유니폼을 입는 순간 ‘오늘은 이렇게 일해야지’ 다짐하고, 집에 와서 유니폼을 벗는 순간 ‘이제 일이 끝났다’고 생각해요.

일을 대하는 새로운 문화를 담아내고 싶은 워크웨어 브랜드

갑자기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각 직업군의 옷차림을 그리잖아요. 나중에 워크워크가 더 다양한 직업군의 워크웨어를 만들게 되면, 아이들의 그림이 달라질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되면 저희로서는 정말 좋겠죠. 그런데 다양한 분들과 작업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 작업했던 브랜드가 오랫 동안 잘돼서 리오더를 할 때가 사실 제일 기쁠 것 같아요. “저희가 사업을 확장해서 이번에는 더 많이 주문할게요”라거나, “저번에 받아갔던 유니폼 바꿀 때가 됐는데, 다시 만들어주세요” 하는 연락이 올 때요.

워크워크 이두성 대표

앞으로의 워크워크는 어떤 모습이고 싶으신가요?

지금은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워크웨어 디자인이니까 이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먼훗날의 꿈은 패션을 넘어 ‘일과 관련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브랜드’로 워크워크를 성장시키는 거예요. 지금은 일하기 좋은 옷을 만들고 있다면, 미래에는 일을 하는 문화를 더 긍정적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일에 대한 가치관이 맞는 전문가들과 힘을 합치면, 사무용품이나 인테리어, 컨설팅, 패션 등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일 당장 새로운 일을 하기로 했을 때, 일하는 데 쓰는 도구가 필요할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가 되는 거죠. 지금의 워크웨어를 시작으로요.

옷과 음식은 생각보다 많이 닮아있다. 사람들의 생활에 문화로 자리잡은 음식이 강하고 자극적인 음식보다 오래가듯, 겉보기에 화려하고 새로운 브랜드 보다는 자신만의 철학이 단단한 옷이 사랑받는다. 
워크워크는 디자인에 담긴 태도와 가치관을 말한다. 브랜드를 주목받게 하는 건 겉모습일지 모르겠지만, 브랜드를 지속하게 만드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만의 철학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