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워크 | ‘옷’을 통해 직업을 재정의하다

브랜드의 철학 담은 워크웨어, 워크워크 #2

인사이더 | 이두성

에디터 | 차승언, 라일락

패션 디자이너에게는 렌즈가 있다. 추상적인 브랜드의 콘셉트나 주관적인 브랜드의 분위기가 디자이너의 렌즈를 거치면 색과 디테일로 구현되는 것이다. 콘셉트나 분위기를 보이는 결과물로 구현해낸다는 점에서 셰프나 예술가의 일과도 맞닿아 있다.  

워크워크 이두성 대표는 “디자이너는 예술가가 아닌 전문가”라고 말했다. 마치 수학문제를 푸는 것처럼, 디자이너마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각자의 과정이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 워크웨어라는 문제를 풀어낼까. 에디터가 발견한 그만의 풀이법은 ‘재정의’다.

‘옷’을 통해 직업을 재정의하다


요즘 사랑받는 푸드브랜드의 유니폼, 어떻게 탄생했을까?

요리, 서빙, 물류 등 F&B 작업장에는 다양한 포지션이 있죠. 작업자의 역할별로 워크웨어가 달라지기도 하나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인원이 변경되거나 교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능하면 역할에 구분을 두지 않고 한 가지 스타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이즈도 너무 세분화하지 않고요. 예를들어, 전체적으로 주방에서 일하는 작업자의 느낌이 나도록 제작한다거나, 반대로 주방에서도 홀서빙 담당자와 같이 심플하게 제작해요.

다만, 일식당 ‘부타이’는 홀과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의 워크웨어를 따로 제작했어요. 소재를 달리 했죠. 카페 ‘노티드’는 물류팀이 입는 옷을 다르게 제작했고요. 노티드의 경우 매장에서 입는 착장은 셔츠와 에이프런을 입는 착장인데 물류팀은 매장팀과 업무가 달라 앞기장이 긴 셔츠 착장을 적용했습니다.

워크워크에서 제작한 부타이의 워크웨어 (출처: 부타이 인스타그램)

노티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노티드 워크웨어의 메인 컬러인 녹색이나, 둥근 카라와 같은 디테일은 어떻게 탄생한 건가요?

노티드 매장과 메뉴는 예쁘고 귀여운 분위기인데요. 일하시는 분들은 귀여운 느낌이 아닌, 디저트를 만드는 ‘전문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채도가 낮은 녹색과 크림색을 사용했죠. 무게를 줄 수 있지만 자칫 올드해보일 수 있는 컬러여서, 노티드스러운 디테일을 더했어요. 노티드 브랜드 도넛과 스마일 로고의 둥근 이미지를 원형 포켓과 원형 카라로 구현해봤어요.

패션 디자이너와 셰프의 일은 다르지 않다

옷만 만드는 게 아니라, 작업하시는 직업군을 재정의하시는 것 같아요. 또다른 브랜드의 사례도 궁금해요.

F&B 브랜드의 사례는 아닌데요. SSG닷컴 배송기사님을 위한 워크웨어를 제작한 적이 있어요.
아침마다 굉장히 중요한 물건을 전해주시는 분들이잖아요. 그게 저희에게는 매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부대’ 요원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신세계의 메인 컬러인 노란색 대신 컬러를 올블랙으로 하고, 방탄조끼처럼 생긴 조끼를 디자인했었죠.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 베이징 지점 워크웨어를 작업할 때는 ‘백패커’를 콘셉트로 디자인하기도 했고요.

워크워크 이두성 대표

백패커와 푸드브랜드의 조합 정말 신선하네요! 푸드브랜드가 점점 다양한 컨셉으로 만들어지는 걸 보면, 푸드메이커의 일도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것 이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워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꿈이 될 수도 있죠. 예를들어, 친구나 연인과 ‘우리 돈 모아서 크리스마스 때는 저기서 밥 먹자’ 하고 약속을 할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음식을 만들고 판매하시는 분들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누군가에게 선물해주는 일을 하시는 것 같아요. 사실, 그런 관점에서는 저희의 일도 마찬가지죠.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일을 하니까요.

앞서 이영라 쉐프님께서 했던 이야기가 기억나요. 소중한 순간들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신다고 하셨거든요. 혹시 협업했던 F&B 브랜드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있으신가요?

브랜드와의 작업은 아니지만, 저에게 뜻깊었던 작업은 후니킴 셰프와의 협업이에요. 워크워크 론칭 전, 파리에서 유학하고 있을 때 함께했던 작업인데요. ‘요리천사’라고 후니킴 셰프가 하고 있는 봉사활동 단체가 있어요. 셰프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보육원에 방문해서 요리하는 단체인데요. 지인을 통해 이 단체에서 쓸 앞치마를 만들어줄 수 있느냐는 연락이 왔어요. 요리하시는 분들이 특기를 살려 좋은 일을 하시는데 적게나마 제가 보탬이 됐다는 게 좋아서, 제가 만든 앞치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앞치마예요.

후니킴 셰프님과의 인연은 정말 특별하네요. 앞으로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F&B 브랜드도 있으실까요?

제가 자주 가는 노포를 꼽고 싶어요. ‘유진식당’이라는 평양냉면 집인데요. 일하시는 분들이 주류업체에서 받은 앞치마를 하고 계세요. 앞치마에 쓰인 주류업체명도 각각 다르고요. 이 분들이 편하고 멋있게 입을 수 있는 워크웨어를 만드는 게 제 목표예요. 남녀노소가 모두 즐겨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어요.

워크워크 세번째 인터뷰에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