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모델의 넥스트, “골목”에서 찾다

배달 모델의 넥스트, “골목”에서 찾다

멘토 | 오세훈

에디터 | 유나경

• 세계 각지에서 배달 플랫폼들의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속에서도 '틈새'를 파고들어 성장한 스타트업이 있는데요.  

• 새로운 배달 사업 모델의 아이디어를 얻고 싶거나, 배달 서비스의 넥스트 생존 전략이 궁금
  한 푸드메이커라면

• 버티컬 배달 앱의 성장 전략에 집중하며 이 글을 읽어주세요!

미국의 ‘도어대시’와 ‘우버 이츠’, 유럽의 ‘저스트이트 테이크어웨이 닷컴’과 ‘딜리버루’, 한국의 ‘배달의민족’. 팬데믹이라는 큰 변수는 이들의 성장을 앞당겼지만, 세계적으로 ‘배달의 전쟁’이 본격화된 건 사실 팬데믹 이전부터입니다. 이미 미국과 중국 빅 테크, 각지의 벤처캐피털을 등에 업은 배달 플랫폼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합병하거나 로컬 배달 서비스를 인수해왔습니다.

대표적 케이스는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이 40억 달러의 기업가치에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된 것입니다. (💡공정위는 요기요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두 기업의 인수합병을 승인했어요.)유럽의 저스트이트 테이크어웨이 닷컴이 합병을 한 것도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2020년 말 도어대시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은 이런 움직임의 정점을 찍게 되는 이벤트였죠.

골목 식당을 타깃 한 버티컬(Vertical) 배달 앱의 성장


확대된 배달 시장에서 이제 질문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이들 중 누가 경쟁에서 살아남을까?” “새로운 사업 모델이 또 나올 수 있을까?”로 말이죠.

팬데믹의 영향으로 배달 플랫폼들이 더욱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한편, 이들이 놓친 틈새를 채우는 스타트업들이 미국 벤처캐피털들의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에게서 두 번째 질문(“새로운 사업 모델이 또 나올 수 있을까?”)의 가능성을 본 것입니다.

그중 눈에 띄는 서비스는 동네 피자 가게를 모은 슬라이스(Slice), 그리고 아시안 식당을 모은 차우버스(Chowbus)입니다. 이들은 미국에서 소위 ‘골목 식당’이라는 시장을 타깃 했습니다. 이들은 각 식당이 마주한 문제를 발견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성장해왔습니다.

슬라이스(Slice): 데이터의 주인이 된 피자가게들


© Slice

한국에서는 “치킨”이나  “중식”이 배달이라는 단어를 대표해왔듯이, 미국에서는 “피자”가 배달이라는 키워드의 대표였습니다. 지역마다 피자가 각기 다르게 해석되고 퍼져나가면서 프랜차이즈 및 수많은 피제리아 (소규모 매장)들이 생겨났습니다.

2010년에 창업한 피자 주문 배달 서비스 슬라이스(Slice)는 작년 5월에 4300만 달러를 비롯해 현재까지 총 6700만 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한 빅스타트업이 되었습니다. 슬라이스에는 현재 14,000개가 넘는 피제리아가 올라와 있습니다. 현재 도미노피자와 파파존스 등 대표적인 대형 프랜차이즈까지 합치면 총 78,000개가 넘는 피자 레스토랑이 성업 중인데, 이 중 약 42,000개는 독립 피제리아입니다. 이미 많은 피자집이 슬라이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죠.

© Slice

어떤 문제를 해결했기에 많은 피제리아들이 이들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을까요?

바로 각 식당이 접근하지 못하던 고객 데이터를 제공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각 식당에 주문 고객 데이터를 공유하고, 해당 식당만의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게 해줍니다. 기존 배달 앱이 데이터를 독점하여 자신들의 사업 모델을 가다듬어왔고, 이로 인해 식당 사업자가 종속될 수밖에 없던 구조를 파고든 것이죠.

고객과 직접적인 접점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불리함을 깨달은 피제리아들은 수수료(주문당 2.25달러로 고정)가 낮고, 온라인 주문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슬라이스를 이용하게 된 것입니다. 

쇼피파이(Shopify)가 작은 규모의 사업자들이 자신만의 브랜드로 쉽게 이커머스를 운영할 수 있게 해주었듯이, 슬라이스도 동네 피자 가게와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온라인 주문배달의 통제권을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피자를 주문하겠다’는 명확한 목적을 가진 사용자들을 불러 모으면서, 피제리아들이 주문 배달 시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차우버스(Chowbus): 아시안 식당을 번들링 하다


© chowbus

차우버스(Chowbus)는 차이나타운의 음식점들을 비롯한 여러 아시안 식당들이 언어적 제약으로 온라인 서비스에 연결되기 어렵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고객들이 아시안 음식을 편리하게 배달시킬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것이기도 했죠. 차우버스는 기존 서비스들이 침투하지 않은 카테고리의 음식점을 모은 배달 앱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고객들을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뾰족한 차별점이 필요했습니다. 이들은 각 음식점들의 여러 메뉴들을 한 번에 주문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반면 골목 인근에는 식당들이 모여 있어 음식들을 한 번에 픽업하고 배달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죠. 또한 개별 주문 시 배달 수수료가 건 별로 부과되는 문제를 해결하면 많은 사람들이 차우버스를 이용하리라 생각했습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의 주요 도시 20개가 넘는 곳에서 수천 개의 아시안 식당이 입점해있습니다. 중식 위주이던 카테고리를 한국, 태국, 일본, 대만, 베트남 음식 등으로 넓혀나가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규모가 큰 시장에 먼저 진입해 사업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작년 7월에는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에 초기부터 투자했던 (로블럭스, 쿠팡, 토스 등의 투자자이기도 한)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의 리드로 3300만 달러의 큰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아시안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은 온라인상의 침투가 적은 대표적인 시장으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차우버스는 아시안 식당 시장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빈칸”을 채울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죠. 이는 결과적으로 앱에 올라온 많은 아시안 골목 식당들이 팬데믹 속 사업을 이어가게 한 원동력 중 하나였습니다. 이들은 골목 식당을 위한 서비스가 되겠다는 점을 늘 강조하는데, 식당들이 내는 수수료도 15~20%로 업계 최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팽창하는 배달 시장, 벌어지는 틈새 속 가능성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고 사업을 다변화하는 것이 현재 ‘빅 배달 테크’ 업체들이 당면한 과제입니다. 이들은 경쟁을 이기고 (페이스북과 구글처럼) 배달 플랫폼의 ‘빅 테크’가 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수수료 및 배달료 문제, 플랫폼 내 광고 등은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불리한 구조를 만들고 있죠.

모건스탠리가 2020년 2월에 발행한 미국 온라인 주문배달 서비스 시장에 관한 리포트를 보면 미국의 음식 주문배달 총 가용 시장(Total Addressable Market)은 2020년 이후에도 2025년까지 매년 평균 4% 이상 성장하고, 온라인 주문배달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현재 세계적으로도 예상되는 흐름입니다. 슬라이스나 차우버스 같은 서비스의 성장은 팽창하는 배달 시장에서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틈을 파고드는 사업 모델이 계속 등장할 수 있음을 알리는 힌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