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석 PD | 눈으로 경험하는 맛의 세계

세상의 맛있는 움직임을 콘텐츠로 구현하다, 하정석PD #2

인사이더 | 하정석

에디터 | 차승언, 라일락

냄새를 맡지도 맛을 느끼지도 못하는 쿡방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중한 한 접시를 만드는 과정이 곧 예술과도 같기 때문이다. 같은 음식이라도 담기는 접시에 따라, 식재료 색상의 조합에 서로 다른 인상을 준다. 하정석 PD는 20년 동안 쌓아온 그만의 노련미로 음식의 맛과 멋을 모두 살려낸다. 예술로 한 접시를 빚어내는 이곳은 이미 프로의 세계다.

맛과 아름다움을 모두 담아낸 한 접시


 ‘맛있어 보이는 음식’은 어떻게 탄생할까? 
색감을 잘 활용하면 훨씬 맛있어 보이는 음식 연출이 가능하다.

음식에 관한 지식을 쌓는 등의 준비를 통해 극복하기 어려운 ‘먹방’과 ‘쿡방’의 태생적인 한계가 있죠. 음식은 맛이 제일 중요한데, 맛을 직접 전달할 수 없잖아요. 맛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PD님만의 비결이 있을까요? 음식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푸드 브랜더들도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어요. 첫 번째는 보색 대비 효과를 이용하는 거예요. 붉은색 라면이나 김치찌개 위에 초록색 파를 올리거나, 보랏빛 가지나물 위에 노란색 깨를 올리는 거죠. 이렇게 보색을 잘 써서 접시 위에 놓으면 좀 더 완성도 높은 요리라는 느낌을 줄 수 있어요.

음식의 색이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군요.

두 번째도 음식의 색에 관한 거예요. 요리에 세 가지 이상의 색을 넣지 않는 거죠. 파스타를 만들었다면 파스타 소스의 색깔과 보색의 가니쉬 하나면 플레이팅이 완성돼요. 여러 가지 색의 가니쉬를 올릴 경우, 오히려 주목도가 떨어질 수 있어요.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한데요. 접시를 잘 선택해야 해요. 접시는 내 고객이 누군지를 이야기해주는 심리적 상징물이거든요.

같은 음식이라도 담는 그릇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낸다. (출처: 좌_금미옥/우_티몬)

타깃 고객에 누군지에 따라 접시의 형태를 달리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타깃을 접시로 정한다고 생각하시면 편하실 것 같아요. 예를들어 떡볶이집을 운영할 때 초록색 플라스틱 접시를 쓴다면, 타깃 고객은 플라스틱 접시에 담긴 떡볶이를 먹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되겠죠. 반대로 고급 접시에 떡볶이를 담는다면, 그건 떡볶이를 근사하게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떡볶이를 팔겠다는 메시지예요.

셰프마다 개성이 담긴 다양한 플레이팅을 볼 수 있다. (출처 : 올리브 TV)

 <마스터 셰프 코리아>에서는 셰프들이 직접 접시를 고르는데요. 자신이 만드는 요리의 정체성을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PD 입장에서는 셰프의 성향과 심리를 추측해볼 수 있는 과정이기도 해요. 촬영 장소에 굉장히 다양한 형태의 접시가 마련돼 있는데요. 어떤 접시를 골랐는지 보면 셰프의 평소 성격이 드러나요. 관심 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신중한 사람인지 과감한 사람인지를 추측해볼 수 있죠. 평소에 잘 선택하지 않는 접시를 선택했을 경우, 셰프의 속마음을 엿볼 수도 있어요. 이번 요리에 승부를 걸었다든가, 제일 중요한 포인트를 숨기고 있거나, 불안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죠. 이런 예측은 제작 과정에도 반영되고요.

22년간 요리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많은 셰프를 만나셨을 텐데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셰프의 자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본기’를 첫 손에 꼽고 싶어요. TV에서 셰프들은 화려한 스킬을 발휘하죠. 심사위원들도 음식의 맛 외에 창의력과 프레젠테이션 능력, 메뉴개발 능력을 이야기하고요. 그런데 이건 기본기가 갖춰진 사람들에게 추가로 필요한 능력이에요. 오랜 시간 반복을 통해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져야 스킬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건, 셰프는 물론이고 PD를 비롯해 어느 직업인에게나 해당되는 말인 것 같아요.

하정석 PD의 세 번째 인터뷰에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