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영업자 폐업률이 지난해보다 낮아졌어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떠오르는 신흥 상권이 등장하면서 상권 트렌드 파악이 중요해졌는데요. •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식당 창업을 고민하고 계시거나 매장 이전을 고려하고 계신 푸드메이커라면 •떠오르는 상권과 변화하는 상권 트렌드에 집중해서 이 글을 읽어주세요!
코로나 팬데믹 2년 동안 참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상권’도 그중 하나입니다. 다들 느끼시겠지만 과거 핵심 상권이었던 곳의 손님 발길이 뚝 끊기는가 하면, 별 볼일 없던 작은 골목 상권에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모두가 힘들다고는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에도 오히려 ‘과거보다 장사가 잘되는 상권’이 분명 있습니다. 줄폐업이 일상화된 여타 상권과 달리 2020년과 2021년 식당 매출과 점포 수가 늘어난 곳들입니다.
코로나에도 꺾이지 않고 더욱 성장한 상권은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현재, 나아가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도 한동안 유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 중론인데요. 이미 팬데믹 2년 가까이 ‘신흥 상권’으로 눈도장을 찍은 데다, 상대적으로 새로 생긴 가게가 많아 깨끗하고 트렌드에도 강하다는 장점을 지녔기 때문이죠.
코로나로 마주한 슬픈 현실 : 메가 상권의 추락

빅데이터 전문 기업 ‘나이스지니데이타’와 함께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성장한 동네를 분석해봤습니다. 서울 전체 행정동을 대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분기 누적 대비 2021년 3분기 매출과 점포 수가 늘어난 동을 추렸는데요. (매출과 점포 수는 음식업종’만을 분석 대상으로 했어요. 단, 전체 매출이 10억 원 미만인 행정동은 제외했어요. 매출이 너무 적으면 조금만 매출이 늘어도 증가율이 큰 폭으로 치솟기 때문에 통계 왜곡을 막고자 함입니다.)
원래는 행정동이 아니라 모두가 알만한 강남·홍대·명동·이태원 등의 주요 상권 단위로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나이스지니데이타로부터 ‘가능하지만 의미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2020년, 2021년을 지나는 동안 매출·점포 수가 늘어난 주요 상권은 없었고 행정동 단위로 더 쪼개서 들여다봐야 의미를 찾을 것이라 했습니다.
‘메가 상권’이 코로나 사태 이후 침체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유동인구와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수요 자체가 다른 상권 대비 급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모임 자체를 기피하게 되자 ‘만남의 장소’로서 기능도 퇴색됐고 폐업과 공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거리 분위기가 나빠진 영향도 큽니다. 모두의 젊은 시절 추억과 낭만이 가득했던 ‘메가 상권’의 추락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이들도 많습니다.
상권 전문가인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메인 상권 공실이 쉽게 채워질 것 같지 않다. 음식점은 잘되지만 아쉽게도 건물 모든 매장에 음식점만 들어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소매업과 서비스업 매장이 채워져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데이터로 본 신흥 상권 부흥 요인 ①빵빵한 배후 수요

이제 본격적으로 데이터 분석 결과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오히려 매출·점포 수가 늘어난 신흥 상권에는 어떤 곳이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2019년 대비 2021년 매출이 두자릿수 이상 늘어난 상권은 20곳 남짓뿐이었습니다. 서울에 위치한 행정동이 400개가량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히 적은 숫자죠. 10억원 미만 매출을 기록한 행정동을 제외했다고는 하지만, 매출이 늘어난 동이 정말 없었어요. 코로나 19 사태가 외식업에 미친 영향을 잘 드러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의외의 결과로 세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동도 있었습니다.

코로나 19 사태 이전 대비 서울에서 음식업 매출이 가장 많이 오른 동은 ‘강동구 고덕2동’입니다. 이곳은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근방에 위치한 상권인데요. 2019년 11억 3천만원이었던 음식점 매출이 올해엔 29억 5천만원까지 무려 161% 넘게 뛰었습니다. 운영 점포도 같은 기간 78개에서 132개로 54개나 늘었어요. ‘제과제빵’ 업종 매출(3.2%)이 가장 많이 늘었고 커피(2.7%), 일식(2.6%)이 뒤를 이었습니다.
의외의 결과라고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고덕2동 음식업 성장 요인은 바로 ‘배후 수요가 늘어났다’는 데 있어요. 2019년 고덕 그라시움(4932세대), 2020년 고덕센트럴푸르지오(656세대) 등 새 아파트가 입주하면서 인구 자체가 늘었습니다. 고덕2동은 음식점만 잘된 게 아녜요. 편의점·마트·패션 잡화 등 소매업 매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상권 1위도 고덕2동이었습니다. 2019년 17억 7천만원에서 2021년 58억 6천만원까지, 매출 증가율이 3배가 넘었어요. 고덕동은 향후 전망도 밝은 편입니다. 2024년 입주가 예정된 고덕강일제일풍경채아파트, 고덕아이파크디어반을 비롯해 1만 2천세대가 넘는 서울 고덕강일공공주택지구 개발이 예정돼있기 때문이죠.
코로나 이전 대비 음식업 매출이 오른 행정동은 1위인 고덕2동뿐만 아닙니다. 아파트 단지가 많고 직장 등 배후 수요가 풍부한 상권들이 코로나 이전 대비 매출 증가 상위권을 기록했어요. ‘노원구 월계 3동(92.7%)’이 2위, 지난해 목동 센트럴아이파크위브가 들어선 ‘양천구 신월 6동(87.9%)’이 3위, 마곡산업단지 개발과 아파트 입주가 한창인 ‘강서구 발산1동(46.5%)’이 4위를 기록했습니다. 세부 업종별 매출을 보면 월계3동에서는 양식(5.9%)이, 신월6동은 커피(2.1%)가 선전했고요. 발산1동은 일식 매출이 무려 15.1% 성장하는 초강세를 보였습니다.

사실 매출 증가율이 아닌 ‘증가폭’으로만 보면 고덕2동이 아니라 발산1동이 전체 1위입니다. 2019년 86억 6천만원에서 2021년 126억 8천만원까지, 한 동에서만 매출이 40억원 넘게 늘었거든요. 이렇게 대규모 주거지역 주변에 다양한 업종의 상가가 집중돼있는 상업시설이 인기인데요.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집 근처 상업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굳이 다른 상권으로 이탈할 유인을 느끼지 못하는 ‘항아리 상권’ 이 코로나 시대에 트렌드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로 본 신흥 상권 부흥요인 ② MZ세대를 사로잡은 힙한 동네
하지만 1~4위보다 눈길을 끄는 동네는 ‘성수동’이었습니다. 성수동은 크게 4개 행정동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성수1가 2동(5위)’, ‘성수1가 1동(7위)’, ‘성수2가 3동(8위)’, ‘성수2가 1동(16위)’ 등 4개동 모두가 순위표에 이름을 올리는 괴력을 보였습니다. 4개동 합산 매출은 2019년 378억원에서 올해 461억원까지, 운영 점포는 1316개에서 1402개로 늘었어요.재밌는 점은 ‘연령대별 매출’입니다. 코로나 전과 코로나 이후를 비교했을 때, 20대 매출 증가율이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행정동은 성수동이 유일했어요. 다른 곳들은 30대, 40대, 50대 소비가 늘면서 식당 매출이 증가했다면 성수동은 4개 행정동 모두 20대가 지갑을 열면서 매출이 뛰었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성수동은 서울에서 MZ세대가 가장 많이 찾는 ‘힙플레이스’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2호선 성수역과 뚝섬역, 신분당선 서울숲역 근방으로 뛰어난 실력과 브랜드 파워를 지닌 매장들이 경쟁적으로 늘어나는 중이거든요.
과거에는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 공업지역이었지만 트렌드가 흐르는 동네로 바뀐 지는 꽤 오래됐습니다. 2010년 이후 폐공장 부지와 창고 건물을 리모델링해 빈티지 느낌을 활용한 카페·음식점·전시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요. 2011년 문을 연 ‘대림창고’가 선구자 역할을 했습니다. 이후 대림창고처럼 공장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이 많이 생겨났고 성수연방, 더 그라운드, LCDC 같은 문화공간들이 차례로 성수동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으며 젊은이들이 찾는 동네가 되었어요.

최근 유망 스타트업과 IT 기업도 성수동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강남에서 성수동으로 사옥을 옮긴 ‘무신사’를 비롯해 쏘카, 퓨처플레이, 소풍벤처스, 루트임팩트 등 스타트업 관련 기업들이 성수동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난 10월에는 게임사 ‘크래프톤’이 이마트 본사 건물과 부지를 매입해 신사옥을 짓기로 결정하기도 했죠. SM, 현대글로비스 등 대기업 사옥도 최근 성수동 이전을 완료했어요.
성수는 최근 대한민국에서 유명 매장들이 몰려있는 가장 ‘힙’한 상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시태 나이스지니데이타 팀장은 “데이터를 뽑아본 결과 성수는 오후 3시 이후 저녁 시간대 매출이 주로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성수1가 2동은 커피가, 성수1가 1동과 성수2가 1·3동은 양식 매출이 가장 많이 늘었다. 위드 코로나 이후에도 2030세대 유입이 계속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위기라는 이름의 또 다른 기회

위에 언급한 행정동 외에도 코시국에 매출이 늘어난 행정동을 총정리해서 표로 만들었습니다. 상권을 고민 중인 예비창업자분들이나 추가 출점을 원하는 사장님들이라면 꼭 참고해보시길 바랍니다. 해당 지역들의 공통점을 살펴보시면 코로나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매장 창업의 힌트를 얻어갈 수 있습니다.